심리학/교육공학 논문 큐레이션

매월 국내외 심리학 및 교육공학 논문과 심리학 신간도서 흐름을 함께 분석하며  어떤 연구가 왜 나왔는지 실제로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국내 kci에 등재된 저널과 해외 우수 저널의 논문만을 선별 - 심리치료, 인공지능(AI), 메타분석, 리뷰논문, 질적논문, 에듀테크 등)

해외연구분석-테마리뷰2025년 12월 해외 리뷰논문 정리 (총 33편)|어둠의 성격(D-팩터), 의도적 무지, 심리치료의 실패, 집단 기억과 공간

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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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심리학계가 지금 주목하는 쟁점은 무엇일까요?
리뷰 전문 저널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최신 심리학 동향) 2025년 12월호에 실린 주요 논문 33편을 정리했습니다.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는 SCOPUS 등재, SJR 기준 Q1(상위 25%) 등급의 심리학 리뷰 저널로, 다양한 하위 분야를 주제별로 묶어 격월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총 33편의 논문을 통해 '성격의 본질''인간의 무지'를 핵심 축으로 다룹니다. 나르시시즘이나 사이코패시 등 어두운 성격을 하나로 관통하는 'D-팩터'의 개념부터, 생존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의도적 무지'의 심리적 기제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와 함께 도시 공간이나 기념비가 어떻게 역사를 재구성하는지(집단 기억), 그리고 표준 심리치료(CBT)의 실패나 환각제 마이크로도징의 허상 등 임상 현장의 최신 비판적 쟁점들을 망라합니다.

  •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는 근본적으로 같은 뿌리일까?
  • 우리는 왜 기후 위기와 같은 불편한 진실을 필사적으로 외면할까?
  • 표준으로 여겨지는 심리치료(CBT)는 정말 만능일까?
  • 도시의 기념비와 공간은 권력과 불평등을 어떻게 기억하게 만드는가?

이 글은 단순한 요약을 넘어서 심리학이 현재 어디에 주목하고 있는지를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각 논문은 이해하기 쉬운 제목으로 재구성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했으며, 원문 링크도 함께 제공합니다.

 



📚 목 차 📚 

  1.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종합 분석
  2.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상세 해설(총33편)
  3.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제목 리스트(총33편)
  4. 참고문헌


1.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종합 분석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33편 핵심 요약 인포그래픽. 성격의 재발견(D-팩터, 정직-겸손성), 무지의 기술(의도적 무지, 비판적 무시), 기억의 사회성, 전문가와 환상(CBT 한계, 마이크로도징) 4가지 주제를 요약한 이미지


[인사이트] 아는 것과 모르는 척하는 것 사이: 인간 마음의 이중적 생존 전략

심리학은 인간이 '진실'을 추구한다고 가정해 왔다. 우리는 자신을 알고 싶어 하고, 타인을 이해하려 하며, 세상의 정보를 습득하려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12월호에 실린 33편의 최신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인간은 그만큼이나 필사적으로 '무지(Ignorance)'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전략적 무지''성격의 재발견', 그리고 '기억의 정치학'이다. 방대한 연구들이 가리키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인간 심리의 불편한 진실과 실용적인 통찰을 정리한다.

(1) 성격의 본질: 악인은 하나로 통하고, 충동은 생존 기술이다.

우리는 흔히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를 구분하려 애쓴다. 하지만 최신 연구는 이 복잡한 '어둠의 성격'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뿌리, 'D-팩터(Dark Factor)'에 주목한다(1). 지능에 G요인(일반 지능)이 있듯, 악함에도 본질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며, 이를 정당화하는 경향성'이다. 누군가가 나르시시스트인지 마키아벨리스트인지 구분하는 건 학자들의 몫이다. 실생활에서 중요한 건, 그가 D-팩터를 가졌느냐를 간파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참을성 부족'이나 '성격 결함'으로 치부했던 '단기적 사고방식'에 대한 재해석이다(2).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쾌락이나 이익을 쫓는 행위는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당장의 보상을 챙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즉, 누군가의 무모한 행동을 비난하기 전에 그가 처한 환경이 그를 '단기적 생존 모드'로 전환시킨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또한, 성격은 침대 위에서도, 이력서 위에서도 강력한 예측 도구다.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지표는 채용 시 윤리적 행동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며(6), 심지어 성적인 헌신도와도 직결된다(5). 직업 선택에서 적성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일치'다. 연인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조직과 개인이 공유하는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어떤 능력도 무용지물이 된다(3). 물론 리더의 성격이 나쁘면 부하 직원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7).

(2) 무지의 기술: 우리는 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가?

이번 호에서 가장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주제는 단연 '의도적 무지(Willful Ignorance)'다.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만 뉴스를 끈다(10). 기부 요청을 받으면 애써 시선을 돌린다(9). 이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죄책감을 피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인지 전략'이다. 정보를 알게 되면 도덕적 의무감이 생기니, 아예 정보 자체를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연구들은 이를 세밀하게 구분한다.

  • 의도적 무지(Willful Ignorance) : 내 믿음을 지키거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적극 차단하는 것(18).
  • 의도적 부주의(Willful Inattention) : 정보가 주는 고통이 정보의 가치보다 클 때, 이미 아는 사실도 의식 밖으로 밀어내는 것. (예: 주식 하락장에 계좌 안 보기)(11).
  • 부분적 무지(Partial Ignorance) : 자신의 도덕적 이미지를 지키면서 이기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보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전략(12).
  • 비판적 무시하기(Critical Ignoring) : 이것은 긍정적인 기술이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가짜 뉴스나 저질 정보를 '냄새'만 맡고 빠르게 걸러내는 능력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역량이 된다(15).

어린아이들도 7~8세가 되면 자신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모르는 척을 하기 시작한다(16)(17). 우리는 본능적으로 진실보다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팩트 폭격을 멈추고, 그가 정보를 회피하게 만드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먼저 해소해줘야 한다.

(3) 기억은 뇌가 아니라 세상에 있다.

기억은 고정된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다. 최신 연구들은 기억이 철저히 '사회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 집단 기억과 공간 : 도시의 기념비나 광장은 과거를 박제한 돌덩이가 아니라, 현재의 정치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심리적 공간이다(29). 우리가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멘탈 맵)조차 권력과 불평등의 영향을 받는다(30).
  • 기억의 오염 : 심지어 심리치료실에서도 기억은 왜곡된다. 치료자가 "억압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 환자는 없던 기억도 만들어낸다(허위 기억)(22).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팩트 체크를 위함이 아니라, 현재 집단의 결속을 다지고(28) 미래의 행동(기후 행동 등)을 결정하기 위한 사회적 행위다(26).

(4) 전문가와 기술에 대한 환상을 깨라!

마지막으로, 과학과 전문가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는 통찰들이 눈에 띈다.

  • CBT(인지행동치료)의 실패 : 표준 치료로 추앙받는 CBT도 만능이 아니다. 임상가들은 자신의 실패율을 과소평가한다(23). 실패를 인정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ROM)이 없으면 전문가는 고인 물이 된다(21).
  • 마이크로도징의 허상 :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환각제 소량 복용(마이크로도징)의 효과는 대부분 '플라시보(기대 효과)'였다(24).
  • AI와 신뢰 : 대중은 AI를 사용하는 사람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폄하하거나, 반대로 "공정하다"고 맹신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댄다(33).

[종합 제언] 실천적 요약

이 방대한 연구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 자신의 '무지'를 메타인지하라 : 내가 지금 뉴스를 끄는 이유가 정보가 쓸모없어서인가, 아니면 진실이 불편해서인가? '비판적 무시'는 키우되, '의도적 무지'는 경계해야 한다.
  • 성격의 '맥락'을 봐라 : 타인의 행동을 성격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그가 처한 절박한 상황(단기적 사고방식의 원인)을 이해하라. 동시에 채용이나 파트너 선택에서는 '가치관'이라는 보이지 않는 성격을 최우선으로 검증하라.
  • 전문가와 기억을 의심하라 : 내 기억도, 유능한 치료자의 조언도, 획기적인 약물도 맹신하지 마라. 인간은 끊임없이 합리화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존재다.

진정한 지성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고 싶어 하는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2.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상세 해설(총33편)

(1)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는 한통속이다? – 복잡한 ‘어둠’의 성격을 하나로 꿰뚫는 ‘D-팩터’

  • 논문제목 : Reconceptualizing ethically and socially aversive ("dark") personality traits (윤리적, 사회적 혐오('어둠') 성격 특성의 재개념화)
  • 논문해설 : 심리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는 성격을 ‘어두운 3요소(Dark Triad)’ 등으로 나누어 연구해 왔다. 대중적으로도 ‘나는 어떤 유형의 악인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흥미로운 주제다. 그러나 이 논문은 이러한 기존의 분류 방식이 학문적으로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서로 다른 이름의 성격들이 실제로는 내용이 거의 똑같거나, 같은 이름을 쓰면서도 연구자마다 정의가 달라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복잡한 ‘나쁜 성격’의 정글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어두운 성격의 뿌리가 되는 공통 핵심, 즉 ‘D-팩터(Dark Factor)’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능에 일반 요인(g)이 있듯이, 악한 성격에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며 이를 정당화하는’ 공통된 본질(D)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사이코패시는 별개의 성격이 아니라, 악의 본질인 ‘D-팩터’에 ‘충동성’이라는 고유한 특성이 결합된 형태일 뿐이다. 이 연구는 무분별하게 새로운 어두운 성격 유형을 만들어내는 관행을 멈추고, 인간의 악한 본성인 D-팩터와 그 외의 부수적인 특징을 명확히 구분해야 현상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 논문보기 → Reconceptualizing ethically and socially aversive ("dark") personality traits 

(2) 참을성이 부족해서 망한 게 아니다? – ‘자기 통제’가 아닌 ‘단기적 사고방식’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

  • 논문제목 : Short-term mindsets: Beyond traits and self-regulation (단기적 사고방식: 특성과 자기 조절을 넘어서)
  • 논문해설 : 우리는 흔히 과소비, 약물 남용, 범죄 같은 행동을 볼 때 그 사람의 ‘의지력’이나 ‘자기 통제력(Self-control)’이 부족해서라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이러한 통념이 틀렸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심리학은 ‘미래를 생각하는 관점’과 ‘충동을 참는 능력’을 혼동해 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기적 사고방식(Short-term mindsets)’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는 행동이 단순히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특정 환경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환경이나 미래가 불투명한 가난 속에서는 먼 미래를 위해 참는 것보다 당장의 보상을 챙기는 것이 적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고방식은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술에 취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적인 상태다. 이 연구는 사람들의 무모한 행동을 단순히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을 멈추고, 그러한 사고방식을 유발하는 환경적, 상황적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만, 연구진은 이 ‘단기적 사고방식’을 기존의 자기 통제력과 명확히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꼽으며, 이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밝히고 있다.
  • 논문보기 → Short-term mindsets: Beyond traits and self-regulation 

(3) 연인 선택과 취업의 공통점? – ‘가치관’이 같아야 끌린다

  • 논문제목 : Integrating research on interpersonal and organizational attraction via personality traits and value congruence (성격 특성과 가치 일치를 통한 대인 및 조직 매력 연구의 통합)
  • 논문해설 : 우리는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기준과 입사할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감정의 영역이고, 취업은 이성의 영역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두 선택의 심리적 메커니즘이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결국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Values)’이 일치할 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정직-겸손성’이나 ‘개방성’처럼 개인의 신념과 깊게 연결된 성격 특성일수록, 나와 비슷한 상대를 찾으려는 경향(유유상종)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내 가치관이 옳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심리와, 내가 속한 집단을 통해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연구는 기업이 채용할 때 단순히 직무 기술만 볼 것이 아니라, 지원자와 조직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핵심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모든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는 것은 아니다. 지배적인 사람은 순종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것처럼, 때로는 반대 성향이 끌리는 ‘상호보완성’도 존재하는데, 이 논문은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며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한계로 인정하고 있다.
  • 논문보기 → Integrating research on interpersonal and organizational attraction via personality traits and value congruence 

(4) 내 성격에 맞는 직업은 따로 있다? – 성격과 직업 흥미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다

  • 논문제목 : Personality and vocational interests: Connections between two fundamental individual-differences construct domains (성격과 직업 흥미: 두 가지 근본적인 개인차 구성 개념 간의 연결)
  • 논문해설 : 직업을 선택할 때 우리는 흔히 '적성'과 '흥미'를 고민한다. 심리학에서는 오랫동안 '성격(Personality)'과 '직업 흥미(Vocational Interests)'가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이 논문은 성격(Big Five, HEXACO)과 직업 흥미(RIASEC 등) 사이의 관계를 다룬 방대한 연구들을 집대성하여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는 '개방성'과 '외향성'에서 나타났다.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는 사람(개방성)은 예술적이거나 탐구적인 분야(아이디어 중심)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외향성)은 사람을 이끌거나 돕는 분야(사람 중심)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HEXACO 모델의 '정직-겸손성' 지표는 남을 돕는 일에는 긍정적인 흥미를, 권력을 쥐고 흔드는 일에는 부정적인 흥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직업 선택의 미묘한 차이를 더 잘 설명해 주었다. 이 연구는 성격과 흥미가 비록 다른 개념이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선택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둘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두 가지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함께 변해가는지, 그리고 실제 직업적 성공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파헤치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 논문보기 → Personality and vocational interests: Connections between two fundamental individual-differences construct domains 

(5) 내 성격이 침대 위에서의 모습을 결정한다? – 성격과 성생활의 은밀한 상관관계

  • 논문제목 : Personality and sexuality (성격과 섹슈얼리티)
  • 논문해설 : 우리는 흔히 연인과 헤어질 때 "성격 차이"를 이유로 들곤 한다. 그런데 이 성격이라는 것이 단순히 성격이 안 맞는 것을 넘어, 실제 침대 위에서의 행동과 욕구, 취향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라면 어떨까? 이 논문은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를 종합하여 성격(Big Five, HEXACO, 어두운 성격 등)이 인간의 성(Sexuality)에 미치는 방대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성적 욕구가 높고, 로봇과의 섹스 같은 새로운 판타지에 열려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성실하고 '정직-겸손성'이 높은 사람은 가벼운 성관계보다는 헌신적인 관계를 선호하며, 성적인 것에 대한 혐오감도 더 쉽게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나르시시즘이나 사이코패시 성향이 높은 사람들인데, 이들은 성적 욕구가 매우 강하고 위험한 성행동이나 여러 파트너와의 관계를 즐기는 특징을 보였다. 반대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향(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성기능 문제나 성적 불만족을 겪을 가능성이 컸다. 이 연구는 성격 검사가 단순히 진로를 정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적 문제를 진단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돕는 치료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성격과 성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임을 시사한다.
  • 논문보기 → Personality and sexuality 

(6) 스펙보다 중요한 건 ‘성격’이다? – 이력서와 AI 면접 뒤에 숨겨진 채용의 비밀

  • 논문제목 : Personality in personnel recruitment (인재 채용에서의 성격)
  • 논문해설 : 채용 시장에서 ‘성격’은 단순한 참고 사항이 아니라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 논문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최신 연구들을 분석해, 채용 과정에서 성격이 어떻게 평가되고 활용되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연구에 따르면, ‘성실성’은 전반적인 업무 성과를, ‘외향성’은 리더십과 영업 능력을, 그리고 최근 중요해진 ‘정직-겸손성’은 윤리적 행동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로 여전히 유효하다. 흥미로운 점은 채용 담당자들이 이력서의 사소한 오타나 링크드인 프로필, 심지어 면접 답변의 반응 속도만 보고도 지원자의 성격을 은연중에 추론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이 도입되어 비디오 면접 영상의 목소리 톤, 표정, 언어 습관을 분석해 지원자의 성격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또한 기업이 채용 공고에 성격을 묘사할 때 ‘차분한 사람’(성향 중심)을 원한다고 쓰느냐, ‘침착하게 행동하는 사람’(행동 중심)을 원한다고 쓰느냐에 따라 지원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달라진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 연구는 구직자에게는 자신의 디지털 발자국과 사소한 습관이 성격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기업에게는 AI 평가가 효율적일지라도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인간의 판단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 논문보기 → Personality in personnel recruitment 

(7) 악덕 상사는 타고나는 걸까? – ‘성격’이 갑질을 부르는 진짜 이유

  • 논문제목 : Does leader personality predict abusive supervision? (리더의 성격은 비인격적 감독 행동을 예측하는가?)
  • 논문해설 : 직장 내 폭언이나 모욕을 일삼는 상사 때문에 고통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 텔레콤에서는 상사의 괴롭힘으로 직원 31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이 논문은 상사의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연구 결과, 타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성격(낮은 우호성)과 흔히 ‘어둠의 3요소(Dark Triad)’라 불리는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할수록 부하 직원을 학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순히 “나르시시스트는 다 나쁘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연구진은 나르시시즘 중에서도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애적 감탄’ 유형보다는, 남을 깎아내리고 경쟁하려는 ‘자애적 라이벌리’ 유형이 갑질을 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사이코패스 성향 중에서도 대담함보다는 비열함과 충동성이 학대 행동과 직결된다. 이 연구는 리더를 뽑을 때 단순히 업무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위험한 성격 특성을 면밀히 살펴야 조직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만, 연구진은 성격뿐만 아니라 상사가 처한 스트레스 상황이나 부하 직원의 태도 같은 환경적 요인이 이러한 나쁜 성격을 폭발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논문보기 → Does leader personality predict abusive supervision? 

(8)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내 행동을 바꾼다면? – 성격 맞춤형 개입의 효과와 숨겨진 윤리적 쟁점

  • 논문제목 : Personalized interventions (개인 맞춤형 개입)
  • 논문해설 :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는 디지털 흔적만으로 개인의 성격을 추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논문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특성에 맞춰 생각이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개인 맞춤형 개입'이 성격 심리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존의 방식이 개인차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접근을 취했다면, 맞춤형 개입은 개인차를 '소음'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여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소비자 마케팅, 건강,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시지를 수신자의 성격에 맞췄을 때 설득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효과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진은 '정보에 입각한 동의'의 어려움을 핵심적인 한계로 지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소한 디지털 로그가 성격 분석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며, 이러한 추론이 얼마나 정확한지 검증할 방법도 부족하다. 또한 AI가 사용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편향되거나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아첨(sycophancy)' 현상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맞춤형 개입이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연구자와 실무자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침해하지 않는지, 그리고 개입의 목적이 투명한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유행을 쫓기보다 탄탄한 이론적 근거와 윤리적 성찰 위에서 신중하게 설계될 때 비로소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강조한다.
  • 논문보기 → Personalized interventions 

(9) 착한 사람인 척하고 싶지만 손해는 보기 싫다? – 회피적 이타주의의 심리와 고의적 무시

  • 논문제목 : Reluctant altruism: Underlying mechanisms and global variations (회피적 이타주의: 기저 메커니즘과 문화적 차이)
  • 논문해설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착한 사람으로 보이길 원한다. 하지만 막상 남을 돕기 위해 내 이익을 포기해야 할 때는 망설여진다. 이 논문은 우리가 흔히 '이타적'이라고 부르는 행동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즉 '회피적 이타주의'를 조명한다. 진심으로 남을 돕고 싶어서 돕는 게 아니라, 돕지 않았을 때 느낄 죄책감이나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억지로 돕는 심리를 파헤친 것이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를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면, 일부러 그 정보를 외면하고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의적 무시(Willful Ignorance)'라고 부른다. 정보를 알게 되면 양심의 가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돕게 되니, 아예 몰랐던 척하며 마음 편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려는 고도의 심리적 전략이다. 전 세계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의 이타심은 고정된 인격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유동적인 마음인 셈이다.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의 본성이 마냥 천사 같기를 기대하기보다, 기부처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기부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 환경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마지못해 착한' 사람들도 진짜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는 주로 실험실 상황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며, 문화권마다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작용하는 방식의 미묘한 차이를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 논문보기 → Reluctant altruism: Underlying mechanisms and global variations 

(10) 기후 위기 뉴스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이유 – 우리는 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가

  • 논문제목 : Emotional, cognitive and social-psychological mechanisms underlying deliberate ignorance about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대한 의도적 무지를 기저하는 정서적, 인지적, 사회심리학적 기제)
  • 논문해설 : 전 세계적으로 85% 이상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사실로 인정하고 우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들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피하거나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논문은 이러한 '의도적 무지(Deliberate Ignorance)'가 단순한 무관심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방어 기제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크게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동기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정서적 차원에서는 기후 변화가 유발하는 공포나 죄책감, 그리고 고기를 먹으면서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인지 부조화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차단한다. 또한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는 운명론적 태도나 기후 불안이 심할 때도 무지는 도피처가 된다. 인지적 차원에서는 정보의 과부하와 복잡성이 피로를 유발해 회피를 낳거나, 자신이 믿고 수행하는 친환경 행동(예: 재활용)의 효과가 사실 미미하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 발생할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환경 파괴적 행동을 직면하여 자존감이 손상되는 것을 막거나, 사회적 규범을 따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실로 무지를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러한 무지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쏟아지는 가짜 뉴스나 그린워싱, 정보 홍수 속에서 정신적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비판적 무시'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계몽적 방식보다는, 그들이 정보를 회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인 불안, 죄책감, 정보 피로감 등을 먼저 이해하고 해소해 주는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논문보기 → Emotional, cognitive and social-psychological mechanisms underlying deliberate ignorance about climate change 

(11) 알고 있는 사실을 왜 애써 무시할까? – 모르는 척하는 ‘무지’와 아예 보지 않으려는 ‘부주의’의 결정적 차이

  • 논문제목 : Willful inattention: Keeping aversive information out of mind (의도적 부주의: 불쾌한 정보를 의식 밖으로 밀어내기)
  • 논문해설 : 건강 관리 앱에서 자신의 신체 나이가 실제보다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한 사용자가 즉시 ‘숨기기’ 버튼을 눌러 그 정보를 화면에서 없애버리는 현상을 생각해보자. 흔히 우리는 이를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의도적 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논문은 이러한 해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사용자는 이미 자신의 신체 나이를 확인했으므로 ‘무지’한 상태가 되려고 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 부주의(Willful Inattention)’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의도적 무지가 자신의 믿음이나 자아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라면, 의도적 부주의는 그 정보가 유발할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 위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조차 의식의 초점에서 밀어내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주식 시장이 하락장일 때 투자자가 계좌 잔고를 확인하지 않는 ‘타조 효과’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애써 관련 뉴스를 외면하는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인간이 정보가 주는 실질적 가치보다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느끼게 될 고통이나 불쾌감, 즉 ‘주의 기반 효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정보 회피의 원인이 ‘무지’인지 ‘부주의’인지에 따라 해결책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몰라서 피하는 사람에게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알면서도 고통스러워 피하는 사람에게 강한 경고 문구(예: 담배갑의 혐오 사진)를 사용하면 오히려 더 강력한 회피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정보의 정서적 자극을 낮추거나, 나쁜 소식을 한 번에 몰아서 전달하여 고통의 빈도를 줄이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논문보기 → Willful inattention: Keeping aversive information out of mind 

(12) 불편한 진실을 피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합리화할까? – 도덕적 이미지를 지키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심리적 기제

  • 논문제목 : Partial ignorance: Strategies for coping with inconvenient information (부분적 무지: 불편한 정보를 대처하는 전략들)
  • 논문해설 : 우리는 기부 요청이나 기후 위기 뉴스, 윤리적 소비와 관련된 불편한 정보를 마주할 때 심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도덕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와 돈이나 노력을 아끼고 싶은 이기적인 욕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아예 보지 않는 '의도적 무지'가 가능하다면 편하겠지만, 알고리즘이나 미디어 환경 탓에 완전한 회피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논문은 이럴 때 사람들이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기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용하는 '부분적 무지' 전략을 조명한다. 사람들은 불편한 정보에 대한 주의를 최소화하여 대충 넘기거나, 자신의 이기적 행동을 정당화해 줄 반대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도 하며, 모호한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인지적 편향을 보인다. 이러한 교묘한 정보 처리 방식 덕분에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을 알고도 죄책감 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단순히 올바른 정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친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하며, 모호함을 없애 정보를 구체화하거나 상대방의 관점을 취하게 하는 등 이러한 회피 전략 자체를 무력화하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상황이나 개인의 특성에 따라 어떤 전략이 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 규명은 과제로 남겨두었다.
  • 논문보기 → Partial ignorance: Strategies for coping with inconvenient information 

(13) 우리가 정보를 피하는 건 정말 찔려서일까? – 의도적 무지와 합리적 부주의를 명확히 구분하는 법

  • 논문제목 : The relevance of relevance: A conceptual framework for identifying willful ignorance (관련성의 적절성: 의도적 무지 식별을 위한 개념적 프레임워크)
  • 논문해설 : 사람들은 종종 중요한 정보를 알면서도 외면하곤 한다. 다이어트 중 칼로리 표를 안 본다거나,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손해를 모른 척하는 행동이 대표적인데, 학계에서는 이를 ‘의도적 무지(Willful Ignorance)’라고 부르며 부정직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 논문은 우리가 단순히 정보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의도적’인 회피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들은 기존 연구들이 정보의 ‘관련성(Relevance)’을 간과한 채, 정보를 찾지 않는 모든 행동을 의도적 무지로 뭉뚱그려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이 목표인 상황에서 칼로리 정보를 보지 않는 것은 정보를 고의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목표에 불필요한 정보를 거르는 ‘합리적 부주의(Rational Inattention)’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보 습득 여부와 정보의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시하며, 의도적 무지와 합리적 부주의, 그리고 정보가 너무 복잡해서 포기하는 ‘생략(Omission)’ 등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험 상황에서 참가자가 정보를 찾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이기적 동기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정보가 참가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존의 의도적 무지 측정 방식이 현상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연구에서는 안구 추적이나 반응 속도 측정 등을 통해 정보의 실제 관련성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개선책을 제안하고 있다.
  • 논문보기 → The relevance of relevance: A conceptual framework for identifying willful ignorance 

(14)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다? – 차별받는 집단이 폭력을 숨길 수밖에 없는 ‘방어적 침묵’의 역설

  • 논문제목 : Information management under stigma: When protective silence complements willful ignorance (낙인 하에서의 정보 관리: 방어적 침묵이 의도적 무지를 보완할 때)
  • 논문해설 :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 할 때 이를 ‘의도적 무지’라고 부르며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정보를 듣는 사람의 회피뿐만 아니라, 정보를 말해야 하는 사람의 침묵, 즉 ‘방어적 침묵’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성소수자나 흑인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친밀한 관계 폭력(IPV) 사례를 통해 이 매커니즘을 분석했다. 소수자 집단의 피해자들은 폭력 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들의 집단 전체가 사회적 비난을 받거나 부정적 고정관념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의 수치심을 넘어 외부의 차별과 위협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자의 방어적 침묵이 사회의 의도적 무지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침묵함으로써 사회는 불편한 현실을 직면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폭력은 은폐되며 구조적 차별은 더욱 공고해진다. 연구는 침묵이 단기적으로는 집단을 보호하는 방패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편견을 지속시키는 위험한 선택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에게 용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적 낙인과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이다.
  • 논문보기 → Information management under stigma: When protective silence complements willful ignorance 

(15) 쏟아지는 정보, 다 읽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 –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무시하는 ‘비판적 무시하기’ 기술

  • 논문제목 : Critical ignoring when information abundance is detrimental to democracy (정보 풍요가 민주주의에 해로울 때의 비판적 무시하기)
  • 논문해설 :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꽃피울 ‘해방의 기술’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정보의 양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 논문은 정보의 풍요가 오히려 민주주의에 해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조명한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극적이고 부정적이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편식하게 된다. 이에 맞춰 콘텐츠 생산자들은 더 충격적이고 새로운(엔트로피가 높은) 정보를 쏟아내며 악순환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주의 집중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잘못을 금방 잊게 만들어 정치적 책임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보 과부하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비판적 무시하기(Critical Ignoring)’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저품질의 정보를 의식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존의 팩트 체크(수평적 읽기) 방식조차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므로, 연구진은 정보의 ‘냄새’만 맡고도 빠르게 무시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테러’, ‘미친’ 같은 양극화 언어, ‘솔직히’, ‘느낌’과 같이 직관에 호소하는 표현, 혹은 정치인의 시선 돌리기용 이슈 제기 등을 감지하면 즉시 관심을 끊으라는 것이다. 물론 이 전략에도 한계는 있다. 무시해버린 정보 속에 실제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나 소수자의 절박한 목소리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연구가 전하는 핵심은 모든 정보를 다 처리하려다 휩쓸리지 말고,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잡음을 영리하게 걸러내는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less is more)’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 논문보기 → Critical ignoring when information abundance is detrimental to democracy 

(16) 아이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 아이들의 '의도적 무지'가 보내는 발달 신호와 대처법

  • 논문제목 : Children and wilful ignorance (아동과 의도적 무지)
  • 논문해설 : 인간은 본능적으로 지식을 갈구하지만, 때로는 알 수 있는 정보를 일부러 외면하기도 한다. 이를 '의도적 무지'라고 부르는데, 성인들은 건강 검진 결과를 확인하지 않거나 자신의 신념과 다른 뉴스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흔히 이를 행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이 논문은 그동안 성인 위주로 연구되었던 의도적 무지의 기원을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추적한다. 연구진은 아이들을 정보를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스펀지'로만 보던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의도적 무지의 발달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는 유아기부터 나타나는 초기 형태로, 아이들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둘째는 7~8세 무렵에야 가능한 더 고차원적인 형태로,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의 부정적 감정을 미리 예측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모르는 척'하는 능력이다. 즉,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무지는 반사실적 사고와 같은 고도의 인지 능력이 발달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안다' 혹은 '모른다'의 이분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보 획득에 따른 감정적, 도구적 손익을 아이들이 어떻게 계산하는지 단계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연구는 청소년이 성교육이나 약물 남용 같은 민감한 건강 정보를 왜 회피하는지, 혹은 학교 폭력 상황에서 왜 가해 사실이나 피해의 심각성을 외면하려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다만, 아직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로 지적되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자와 양육자가 아이들의 정보 회피 동기를 이해하고 건강한 정보 습득을 돕는 개입 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 논문보기 → Children and wilful ignorance 

(17) 호기심 대장 우리 아이, 언제부터 귀를 닫을까? – 순수한 탐구자가 고의적 무지자가 되는 발달 심리학적 비밀

  • 논문제목 : The development of willful ignorance (고의적 무지의 발달)
  • 논문해설 : 우리는 정보가 무료이고 유용하다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것을 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성인들은 건강 검진 결과를 확인하기 두려워하거나, 줄어든 통장 잔고를 외면하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반하는 뉴스는 보지 않으려 한다. 흥미로운 점은 어린아이들은 이와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보이며 닥치는 대로 정보를 흡수하는 강력한 탐구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언제, 그리고 왜 호기심 많은 탐구자에서 정보를 입맛대로 고르는 회피자로 변하는 것일까. 이 연구는 인간이 '고의적 무지(willful ignorance)'를 습득하게 되는 발달 과정을 추적한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 어린 아동들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았지만, 나이가 든 아동들은 정보를 아는 것이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이익에 반할 때 의도적으로 정보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 감정을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즉, 진실을 아는 것이 내 기분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무지가 하나의 전략적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 회피 습관이 성인이 되어 정치적 양극화나 이념적 경직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불편한 정보를 차단하고 자신의 믿음을 보호하는 데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반대 증거를 아예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이미 편향이 굳어진 성인보다는 사고가 유연한 어린 시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적 겸손을 기르는 교육이 선행될 때, 고의적 무지가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 논문보기 → The development of willful ignorance 

(18) 우리는 왜 진실을 외면할까? – 정보 회피를 설명하는 두 가지 결정적 동기

  • 논문제목 : Blissful ignorance: A motivated cognition perspective on information avoidance (더 없는 행복으로서의 무지: 정보 회피에 대한 동기화된 인지 관점)
  • 논문해설 : 우리는 종종 자신의 정치 성향과 반대되는 뉴스를 일부러 보지 않거나, 건강 검진 결과를 확인하기 두려워하며 정보를 회피하곤 한다. 이를 단순히 겁이 많거나 고집이 세서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기존 심리학계에서는 이러한 의도적 무지의 원인을 수많은 개별적인 동기들로 나열하며 설명해 왔지만, 이 논문은 복잡한 목록 대신 ‘일반 인식론적 이론’을 적용하여 문제를 훨씬 명쾌하게 정리한다. 연구진은 정보 회피가 크게 두 가지 핵심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특정한 믿음을 지키고 싶어 하는 ‘방향성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의 내용과 상관없이 확실함 그 자체를 추구하거나 반대로 모호함을 유지하려는 ‘비방향성 동기’다. 예를 들어,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비리 뉴스를 외면하는 것은 내 믿음이 깨지는 것이 싫은 방향성 동기가 작용한 결과다. 반면, 영화의 스포일러를 피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가짜 뉴스를 무시하는 것은 모호함을 즐기거나 정확한 지식을 유지하려는 비방향성 동기에서 비롯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들의 태도다.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 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질 낮은 정보를 ‘전략적’으로 무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뢰할 만한 증거라도 그것이 자신의 전문성을 위협한다면 일반인보다 더 강하게 정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때 작동하는 마음의 원리를 통합적으로 설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다만 개인적 차원의 정보 회피를 넘어 사회적 차원의 검열이나 집단적 무지로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수단을 구분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계로 남긴다.
  • 논문보기 → Blissful ignorance: A motivated cognition perspective on information avoidance 

(19) 좋은 프로그램도 거절당하는 이유,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출처'다? – 심리적 개입의 의도적 거부와 베이지안 모델

  • 논문제목 : The wilful rejection of psychological and behavioural interventions (심리 및 행동 개입에 대한 의도적 거부)
  • 논문해설 :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교육이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유용한 심리학적 개입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이 논문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입을 단순히 몰라서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인지하고 참여를 고려한 뒤에도 ‘의도적으로 거부(wilful rejection)’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구진은 베이지안 모델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개입 프로그램의 우수성보다 ‘출처에 대한 신뢰’와 참여자의 ‘사전 신념’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출처(예: 특정 정부 기관이나 기업)가 제안하는 개입은 내용과 상관없이 거부할 확률이 높다. 더욱 중요한 점은 만약 개입 자체가 자신에게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경우, 사람들은 단순히 참여하지 않는 것을 넘어 그 제안을 한 출처의 신뢰도 자체를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섣불리 개입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평판을 떨어뜨려 향후의 시도조차 어렵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개입의 성공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내용뿐만 아니라, 타겟 청중이 이미 신뢰하고 있는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연구진은 사람들의 이러한 주관적인 믿음과 확신이 최초에 어디서 기인하는지, 그리고 출처에 대한 불신이 강화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는 한계를 함께 언급한다.
  • 논문보기 → The wilful rejection of psychological and behavioural interventions 

(20) 음모론자는 정말로 팩트를 거부할까? – ‘의도적 무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논문제목 : Conspiracy belief and the willful ignorance of information (음모론적 신념과 정보에 대한 의도적 무지)
  • 논문해설 : 흔히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명확한 증거를 들이대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진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하는 ‘의도적 무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리뷰 논문은 그러한 사회적 통념이 과장되었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훨씬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연구자가 정보 처리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음모론자들이 초기에 팩트 기반의 정보를 피하려는 경향은 일부 관찰되지만, 막상 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이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외면한다는 증거는 부족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팩트나 사회적 다수의 의견(규범 정보)을 접했을 때,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음모론자라고 해서 팩트에 완전히 면역이 되어 있거나 불통의 존재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특정 사건에 대해 이미 구체적인 음모론적 설명을 확고히 믿고 있는 경우에는 반대 증거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예외는 존재한다. 이 연구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음모론자를 무작정 배제하거나 설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면, 팩트 기반의 소통이 그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기존 연구의 상당수가 상관관계 분석에 의존하고 있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실험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한계점은 있지만, 이 논문은 사회적 분열을 막기 위해 팩트 전달이 여전히 중요한 해결책임을 시사한다.
  • 논문보기 → Conspiracy belief and the willful ignorance of information 

(21) 상담 효과를 높이는 진행 피드백, 무조건 좋을까? – 데이터 수집을 넘어 학습과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

  • 논문제목 : Progress feedback in psychotherapy: Advantages,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심리치료에서의 진행 피드백: 이점, 과제 및 향후 방향)
  • 논문해설 : 심리치료 현장에서 치료자는 종종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곤 하지만,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자신의 치료 효과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내담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치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진행 피드백(Routine Outcome Monitoring, ROM)’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 방식이 치료 실패를 예방하고, 특히 치료 성과가 저조할 위험이 있는 내담자들에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시스템의 도입만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현장에서는 다양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음을 지적한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획일화된 설문이 자신의 고유한 고통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응답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며, 치료자는 이 데이터가 자신의 능력을 감시하거나 평가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부정적인 피드백 결과는 중증 내담자에게 좌절감을 주어 치료 관계를 해칠 수도 있고, 치료자에게는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적으로는 내담자 개개인이 직접 목표를 설정하는 맞춤형 척도(I-PROMS)나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상태를 기록하는 생태학적 순간 평가(EMA),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을 제안한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조직의 문화다. 피드백 데이터를 ‘성적표’가 아닌 치료자와 내담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학습 도구’로 바라보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성되어야 한다. 결국 진행 피드백의 진정한 가치는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매개로 치료자와 내담자가 더 깊이 소통하고 치료 과정을 함께 조율해 나가는 협력적 과정에 있다.
  • 논문보기 → Progress feedback in psychotherapy: Advantages,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22) 상담실에서 내 기억이 조작될 수 있다? – 치료자의 잘못된 믿음이 가짜 기억을 만들어내는 위험성

  • 논문제목 : Therapists' beliefs about traumatic memory: Possible effects on therapy proceedings and contributions to false memory formation (치료자의 외상 기억에 대한 신념: 치료 과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과 허위 기억 형성의 기여)
  • 논문해설 : 심리치료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치료자가 가진 기억에 대한 신념이 오히려 환자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논문은 최근 연구들을 종합하여, 많은 치료자들이 기억이 변형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억압된 트라우마 기억’이 무의식 깊은 곳에 원형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고 믿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믿음이 단순한 개인적 견해에 그치지 않고, 최면이나 반복적인 질문과 같은 암시적인 치료 기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치료자가 환자의 증상을 무조건 ‘잊혀진 트라우마’ 탓으로 돌리고 무리하게 기억을 찾아내려 할 때, 환자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믿게 되는 허위 기억(False Memory)을 형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치료자의 신념을 허위 기억 형성의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며, 치료자가 의도치 않게 환자에게 암시를 주지 않도록 기억 과학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 연구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실제 치료 현장의 모든 행위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고, 설문 문항의 해석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결국 치료자는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되, 기억을 다룰 때는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주는 핵심 메시지이다.
  • 논문보기 → Therapists' beliefs about traumatic memory: Possible effects on therapy proceedings and contributions to false memory formation 

(23) 인지행동치료는 만능일까? – 치료 실패의 원인과 임상 현장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다

  • 논문제목 : Failures in cognitive behavior therapy: The state of the art (인지행동치료에서의 실패: 최신 지견)
  • 논문해설 : 인지행동치료(CBT)는 현대 심리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표준 치료’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그 이면, 즉 학계와 임상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치료 실패’라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조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임상가들은 자신이 진행하는 치료의 실패율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누가 치료에 실패할지 예측하는 능력 또한 우연 수준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지적된다. 엄격하게 통제된 연구 환경(RCT)과 달리,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찾아오는 실제 임상 현장(outpatient clinics)에서는 CBT의 효과가 기대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불안장애 치료 후 장기 추적 관찰을 했을 때 불안은 줄었더라도 우울 증상이 증가하거나, 섭식장애 및 성격장애 환자에게서 높은 중도 탈락률이 발생하는 식이다. 특히 아동기 트라우마가 있는 심각한 섭식장애 환자의 경우 CBT보다 자비 중심 치료(Compassion Focused Therapy)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는 CBT가 모든 케이스의 정답이 아님을 시사한다. 저자는 치료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치료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 중 환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피드백을 확인하는 ‘정기적 성과 모니터링(ROM)’의 적극적인 도입을 제안한다. 이 연구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CBT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서구권 중심의 연구 한계를 넘어 비서구권 문화나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실패 요인(치료 거부, 무반응, 재발, 탈락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더 나은 치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 논문보기 → Failures in cognitive behavior therapy: The state of the art 

(24) 환각제 마이크로도징, 정말 뇌를 깨우는 기적일까? – 기대와 실제 효과 사이의 간극을 파헤치다

  • 논문제목 : Between enhancement and risk: A critical review of psychedelic microdosing (향상과 위험 사이: 사이키델릭 마이크로도징에 대한 비판적 개관)
  • 논문해설 :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LSD나 실로시빈 같은 환각제를 극미량 복용하여 창의력과 기분을 향상시키려는 '마이크로도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믿지만, 과연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일까? 이 논문은 57편의 인간 대상 연구를 종합하여 그 실체를 파헤친다. 흥미롭게도 설문조사 기반의 관찰 연구에서는 기분 고양, 인지 기능 향상, 사회성 증진 같은 긍정적 효과가 대다수 보고되었지만,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 연구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위약(플라시보) 효과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즉, 사용자가 느끼는 긍정적 변화의 상당 부분이 약물 자체의 효능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구진은 불안, 인지 장애, 신체적 불편감 같은 부작용이 빈번하게 보고된다는 점과, 장기 복용 시 심장 판막 질환 같은 잠재적 위험이 존재함을 경고한다. 마이크로도징의 효과는 개인의 기대치나 섭취 환경(Set and Setting)에 따라 극도로 가변적이며, 현재의 과학적 증거는 대중의 열광을 뒷받침하기에 불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마이크로도징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태도를 경계해야 하며, 향후 기대 효과를 배제한 정밀한 연구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 논문보기 → Between enhancement and risk: A critical review of psychedelic microdosing 

(25)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가르칠까? – 집단 기억과 도덕적 판단이 역사 교육에 미치는 영향

  • 논문제목 : Collective memory, moral judgements, and history education (집단 기억, 도덕적 판단, 그리고 역사 교육)
  • 논문해설 :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열한 기록이 아니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 속에는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고, 그 이야기들은 현재 우리의 정체성과 집단 간의 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 논문은 사회심리학과 역사 교육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도덕적으로 판단하는지를 분석했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집단 기억을 통해 과거의 사건에서 우리 편을 옹호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이는 식민주의나 전쟁 같은 과거사를 바라볼 때 현재의 편견이나 배상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편, 역사 교육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역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할지, 아니면 비판적 사고를 가르칠지를 두고 논쟁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과거 인물을 단죄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윤리적 딜레마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도덕적 의식’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윤리적 판단력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현재 이 분야의 연구들이 ‘도덕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의 개념을 혼용하고 있으며, 사회심리학과 역사 교육학 간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두 학문 분야가 협력하여 학생들이 과거의 아픔이나 갈등을 단순히 회피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비판적이고 공감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논문보기 → Collective memory, moral judgements, and history education 

(26) 기후 변화가 우리의 기억마저 바꾼다고? – 과거와 미래가 서로 얽혀 기후 행동을 만드는 심리학적 원리

  • 논문제목 : Between collective pasts and futures: The case of climate change (집단적 과거와 미래 사이: 기후 변화의 사례)
  • 논문해설 : 보통 사람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끔찍한 재앙이 닥친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거나, 친환경 기술로 번영하는 유토피아를 제시해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미래만 바라보는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집단이 공유하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이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기후 행동을 결정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리는 과거의 재난이나 국가적 행동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회복력을 다르게 예측한다. 반대로, 기후 위기라는 닥쳐올 미래의 실존적 위협은 우리가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다가올 위기감 때문에 과거 식민주의 역사를 환경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재평가하거나, 니콜라 테슬라 같은 과거 인물을 현대의 구원자처럼 재소환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이 연구는 ‘국가적 나르시시즘’이 과거 자국의 탄소 배출 책임을 축소 기억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미래의 국제 협력을 방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즉, 효과적인 기후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뿐만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재구성하고 있는지까지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심리학적 실험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이 분야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 논문보기 → Between collective pasts and futures: The case of climate change 

(27) 역사는 왜 고정된 사실이 아닐까? – 집단 기억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방식

  • 논문제목 : Collective memory and social representations (집단 기억과 사회적 표상)
  • 논문해설 : 우리는 흔히 기억을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저장해 둔 비디오테이프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기억이 고정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사회적 사고’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모스코비치의 사회적 표상 이론을 바탕으로 알바크와 바틀렛의 기억 이론을 통합하여, 집단 기억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현재의 소통을 이끌고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 분석했다. 핵심은 우리가 낯선 현재의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익숙한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연결(앵커링)하고, 추상적인 역사를 기념비나 의례 같은 구체적인 상징으로 만드는(객관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즉, 기억은 개인의 머릿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틀 안에서 구성되며, 과거는 현재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집단 기억과 사회적 표상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과거가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거대 이론들을 통합적으로 고찰한 리뷰 연구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증 사례의 디테일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억이 사회적으로 조작되거나 특정 기억이 강요된 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하며, 우리가 과거를 해석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현실을 구축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 논문보기 → Collective memory and social representations 

(28) 나의 추억은 정말 나만의 것일까? –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가 하나로 연결되는 진화적 이유

  • 논문제목 : Collective memory and autobiographical memory: The same evolutionary basis serving group cohesion and cooperation (집단 기억과 자전적 기억: 집단 응집력과 협력을 돕는 동일한 진화적 기초)
  • 논문해설 : 우리는 보통 내가 겪은 사적인 일화인 ‘자전적 기억’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집단 기억’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 속에 있고, 후자는 역사적인 시간 속에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두 기억 시스템이 사실 ‘집단 응집력 유지’와 ‘대규모 협력’이라는 동일한 진화적 뿌리에서 나왔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인간이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서로 같은 가치관과 규범을 공유해야 했는데, 이때 기억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증거로 ‘문화적 인생 각본(Cultural Life Scripts)’을 제시한다. 우리가 입학, 결혼, 취업 등을 인생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기대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 같지만, 실상은 사회가 정해놓은 시간표를 따르는 것이며 이는 개인의 기억을 집단의 질서에 맞게 구조화한다. 또한 국가적 재난이나 지도자의 죽음 같은 공적인 사건을 접했을 때 당시의 개인적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섬광 기억’ 역시 개인의 삶을 집단의 역사와 결합해 소속감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결국 이 연구는 기억을 단순히 개인의 뇌 속 정보 처리 과정으로만 보던 기존 인지심리학의 좁은 시각과 이분법적 구분이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기억이란 사회적 가치를 전승하고 우리를 도덕적 공동체로 묶어주는 문화적 도구임을 역설한다.
  • 논문보기 → Collective memory and autobiographical memory: The same evolutionary basis serving group cohesion and cooperation 

(29) 기념비는 그저 멈춰있는 돌덩이일까? – 공간, 디자인, 그리고 방문객의 경험으로 보는 추모의 심리학

  • 논문제목 : The psychology of memorial sites: Space, design and visitor experience (추모 장소의 심리학: 공간, 디자인 및 방문객 경험)
  • 논문해설 : 우리가 흔히 도시 광장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동상이나 높이 솟은 기념비는 과거의 영광을 영원히 박제한 고정된 물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논문은 기념비(Memorials)를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수동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기억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충돌하며 협상되는 역동적인 ‘심리적 공간’으로 재정의한다. 연구는 크게 공간, 디자인, 그리고 방문객의 경험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현대의 추모 문화를 분석한다. 과거에는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영웅적 기념비(Monuments)’가 주를 이루며 국가가 정한 하나의 정답만을 기억하게 강요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비나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비처럼 땅으로 낮게 깔리는 수평적이고 추상적인 ‘대항 기념비(Counter-memorials)’가 등장했다. 이러한 공간은 방문객에게 침묵과 성찰을 유도하며 스스로 빈 공간에 의미를 채우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진이 이러한 대항 기념비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한계점을 명확히 지적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추상성은 구체적인 가해의 역사를 모호하게 만들거나, 전쟁의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보편적인 슬픔’이라는 감정 뒤로 숨겨버릴 위험이 있다. 또한 방문객이 실제로 그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1인칭 시점 카메라나 온라인 리뷰 분석 같은 새로운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연구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기념비가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건축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모 장소는 그곳을 걷고, 만지고, 느끼는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비로소 의미가 완성되는 ‘살아있는 기억의 현장’이다.
  • 논문보기 → The psychology of memorial sites: Space, design and visitor experience 

(30) 내가 기억하는 도시는 진짜 도시가 아니다? – 멘탈 맵이 보여주는 도시의 숨겨진 기억과 불평등

  • 논문제목 : Collective memories of urban spaces through mental maps (심적 지도를 통한 도시 공간의 집단 기억)
  • 논문해설 : 우리가 매일 걷고 생활하는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이 논문은 ‘멘탈 맵(심적 지도)’이라는 도구를 통해 도시가 어떻게 기억되고 소비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흔히 지도를 길 찾기 위한 인지적 도구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자는 멘탈 맵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권력 관계,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투영하는 강력한 ‘기억의 틀’이라고 주장한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도시의 기억은 결코 중립적이거나 평등하지 않다. 정부나 권력기관이 주도하는 ‘도시 브랜딩’과 ‘문화유산’ 지정 사업은 종종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관광 상품화를 위해 박제된 역사만을 남겨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면 빈곤층, 여성, 소수자 등 소외된 집단의 멘탈 맵은 공식적인 역사와는 전혀 다른 배제와 저항의 기억을 담고 있다. 예컨대 분쟁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방의 구역을 심리적 지도에서 아예 지워버리기도 하고,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이나 안전 문제로 인해 남성보다 훨씬 제한된 공간만을 지도에 그리는 경향이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가상 공간의 기억이 뒤섞이는 현상도 포착된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도시 재생과 계획을 위해서는 권력자가 정의한 유산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그들의 멘탈 맵 속에 숨겨진 ‘살아있는 기억’을 끄집어내고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는 디지털화가 인간의 공간 기억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나, 인종·젠더·계급이 복잡하게 얽힌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대한 분석은 앞으로 더 보완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 논문보기 → Collective memories of urban spaces through mental maps 

(31) 기후 위기, 반대 시위만으로는 부족하다면? – 미래의 사회를 지금 미리 살아보는 ‘예기적 기후 행동’의 힘

  • 논문제목 : Pursuing prefigurative collective action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대한 예기적 집단 행동 추구)
  • 논문해설 :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주로 정부나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거나 현재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시위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단순히 현재의 부정의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미래를 지금 이 순간에 직접 실천하며 보여주는 ‘예기적 정치(prefigurative politics)’ 혹은 ‘예기적 행동’에 주목한다. 예기적 행동의 핵심은 ‘수단과 목적의 일치’에 있다. 즉,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방법 또한 정의롭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최근 문헌들을 분석하여 예기적 기후 행동이 실험과 학습을 중시하고, 인간과 자연의 상호 연결성을 회복하며, 개인적 차원부터 거시적 차원까지 다층적인 변화를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실험함으로써 ‘실천에 기반한 희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연구는 예기적 행동이 가진 한계점도 명확히 짚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실험들이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단지 개인적인 위안이나 ‘여가적 실험’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며, 기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복하지 못한 채 그 안에 머무를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예기적 행동이 미래의 변화를 위한 ‘씨앗’이 되어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하고 다음 단계의 행동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분석했다.
  • 논문보기 → Pursuing prefigurative collective action on climate change 

(32) 가난한 나라의 관습은 바꾸기 어렵다? – 저자원 환경에서의 사회적 규범 연구가 보여주는 놀라운 변화의 가능성

  • 논문제목 : Social norms research in low resource settings: Opportunities ahead (저자원 환경에서의 사회적 규범 연구: 향후 기회와 전망)
  • 논문해설 : 국제 개발 분야에서는 조혼, 여성 할례, 위생 문제 등 소위 ‘해로운 관습’을 근절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 논문은 기존의 접근 방식이 개발도상국과 같은 저자원 환경(Low-Resource Settings)을 지나치게 특수한 공간으로만 여기고, 이곳의 규범은 견고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사회적 규범이 작동하는 기제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며, 오히려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한 저자원 환경일수록 새로운 규범으로의 전환이 서구 사회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서구에서 개발된 측정 도구라도 현지 맥락에 맞춰 적절히 수정한다면 충분히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앞으로의 기회 요인으로 기존의 대규모 보건 프로젝트(RCT 등)를 활용해 규범 변화의 임계점을 실증적으로 테스트하고, 처벌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같은 ‘보상’ 기제를 활용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개입이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진행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현지 공동체가 연구 설계에 참여하지 않으면 현지의 실제 필요와 동떨어진 결과를 낳거나, 새로운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사적 제재가 가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점도 명확히 한다. 결국 이 논문은 사회적 규범이 비용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탈식민주의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논문보기 → Social norms research in low resource settings: Opportunities ahead 

(33) AI를 쓰는 사람은 능력이 부족해 보일까? – 인공지능 사용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심리적 편견 분석

  • 논문제목 : Public trust in artificial intelligence users (인공지능 사용자에 대한 대중적 신뢰)
  • 논문해설 :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흔히 AI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을 주로 고민해왔다. 하지만 이 논문은 시각을 돌려 ‘AI를 사용하는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주목한다. 연구진은 대중이 AI 사용자를 능력, 호의성, 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평가한다고 분석한다. 흥미롭게도 대중은 AI를 사용하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도구에 의존하는 행위 자체가 전문성이나 경험 부족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이 없는 AI의 특성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투영하여, AI 사용자를 인간적인 따뜻함이 결여된 차가운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심지어 AI가 부정행위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사용자의 정직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채용이나 의료 결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기계적 중립성을 가진 AI를 사용하는 주체를 더 공정하다고 신뢰하는 모순적인 태도도 관찰된다. 이 연구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AI 사용자를 비인격화하여 도덕적 공동체에서 배제하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신뢰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AI 사용자에 대한 신뢰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앞으로의 연구는 기술 자체를 넘어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에 대한 심리적 과정과 사회적 영향을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고 제언한다.
  • 논문보기 → Public trust in artificial intelligence users 


3. 2025년 12월 해외 리뷰 논문 제목 리스트(총33편)

  1. Reconceptualizing ethically and socially aversive ("dark") personality traits (윤리적, 사회적 혐오('어둠') 성격 특성의 재개념화)
  2. Short-term mindsets: Beyond traits and self-regulation (단기적 사고방식: 특성과 자기 조절을 넘어서)
  3. Integrating research on interpersonal and organizational attraction via personality traits and value congruence (성격 특성과 가치 일치를 통한 대인 및 조직 매력 연구의 통합)
  4. Personality and vocational interests: Connections between two fundamental individual-differences construct domains (성격과 직업 흥미: 두 가지 근본적인 개인차 구성 개념 간의 연결)
  5. Personality and sexuality (성격과 섹슈얼리티)
  6. Personality in personnel recruitment (인재 채용에서의 성격)
  7. Does leader personality predict abusive supervision? (리더의 성격은 비인격적 감독 행동을 예측하는가?)
  8. Personalized interventions (개인 맞춤형 개입)
  9. Reluctant altruism: Underlying mechanisms and global variations (회피적 이타주의: 기저 메커니즘과 문화적 차이)
  10. Emotional, cognitive and social-psychological mechanisms underlying deliberate ignorance about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대한 의도적 무지를 기저하는 정서적, 인지적, 사회심리학적 기제)
  11. Willful inattention: Keeping aversive information out of mind (의도적 부주의: 불쾌한 정보를 의식 밖으로 밀어내기)
  12. Partial ignorance: Strategies for coping with inconvenient information (부분적 무지: 불편한 정보를 대처하는 전략들)
  13. The relevance of relevance: A conceptual framework for identifying willful ignorance (관련성의 적절성: 의도적 무지 식별을 위한 개념적 프레임워크)
  14. Information management under stigma: When protective silence complements willful ignorance (낙인 하에서의 정보 관리: 방어적 침묵이 의도적 무지를 보완할 때)
  15. Critical ignoring when information abundance is detrimental to democracy (정보 풍요가 민주주의에 해로울 때의 비판적 무시하기)
  16. Children and wilful ignorance (아동과 의도적 무지)
  17. The development of willful ignorance (고의적 무지의 발달)
  18. Blissful ignorance: A motivated cognition perspective on information avoidance (더 없는 행복으로서의 무지: 정보 회피에 대한 동기화된 인지 관점)
  19. The wilful rejection of psychological and behavioural interventions (심리 및 행동 개입에 대한 의도적 거부)
  20. Conspiracy belief and the willful ignorance of information (음모론적 신념과 정보에 대한 의도적 무지)
  21. Progress feedback in psychotherapy: Advantages,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심리치료에서의 진행 피드백: 이점, 과제 및 향후 방향)
  22. Therapists' beliefs about traumatic memory: Possible effects on therapy proceedings and contributions to false memory formation (치료자의 외상 기억에 대한 신념: 치료 과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과 허위 기억 형성의 기여)
  23. Failures in cognitive behavior therapy: The state of the art (인지행동치료에서의 실패: 최신 지견)
  24. Between enhancement and risk: A critical review of psychedelic microdosing (향상과 위험 사이: 사이키델릭 마이크로도징에 대한 비판적 개관)
  25. Collective memory, moral judgements, and history education (집단 기억, 도덕적 판단, 그리고 역사 교육)
  26. Between collective pasts and futures: The case of climate change (집단적 과거와 미래 사이: 기후 변화의 사례)
  27. Collective memory and social representations (집단 기억과 사회적 표상)
  28. Collective memory and autobiographical memory: The same evolutionary basis serving group cohesion and cooperation (집단 기억과 자전적 기억: 집단 응집력과 협력을 돕는 동일한 진화적 기초)
  29. The psychology of memorial sites: Space, design and visitor experience (추모 장소의 심리학: 공간, 디자인 및 방문객 경험)
  30. Collective memories of urban spaces through mental maps (심적 지도를 통한 도시 공간의 집단 기억)
  31. Pursuing prefigurative collective action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대한 예기적 집단 행동 추구)
  32. Social norms research in low resource settings: Opportunities ahead (저자원 환경에서의 사회적 규범 연구: 향후 기회와 전망)
  33. Public trust in artificial intelligence users (인공지능 사용자에 대한 대중적 신뢰)


4. 참고문헌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025).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66(Suppl. C). Elsevier. https://www.sciencedirect.com/journal/current-opinion-in-psychology/vol/66/suppl/C





이 시리즈는 격월로 발행되는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최신 심리학 동향)의 최신 호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업로드 됩니다. 다음 호인 2026년 2월호(Volume 67)는 2026년 3월 중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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